역시나 늦었다며 동동거리며 뛰어나가려 하면 어머니는 어느새 훌훌 불어 적당히 식혀둔 누룽지 그릇을 내미셨죠. 몇 술이라도 뜨고 가라고 말씀하시는 엄마는 누룽지를 식히느라 숨을 몰아 쉬어서 그런지 진이 다 빠진 얼굴이셨죠. 이런 것이 엄마의 마음인지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된 거예요.
우리 집도 아침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던 시절이 있었죠. 현관까지 따라나서며 "아침 먹고 가라", "늦어서 그냥 갈래요", 이런 승강이를 벌이는 게 일상이었죠. 그러다 괜히 속상해하며 도시락을 두 개씩 싸 가지고 달려가곤 했어요.
가끔은 우리 엄마처럼 누룽지를 끓여보기도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누룽지 맛을 잘 몰라서인지 그리 반기지 않더군요. 아이들은 아침마다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고, 엄마들은 아침을 못 먹여 보내면 마음이 아픈 것도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그래서 만들어 본 것이 이 ''오곡파이''예요. 더군다나 아이 땐 잡곡밥을 먹이기가 참 어렵잖아요. "까만 밥 싫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아이를 위해선 아주 그만이죠.
잡곡으로 밥을 지어 파이 생지를 만들고요, 버섯과 요구르트를 넣어 영양 밸런스를 맞춘 영양식이죠. 생크림과 버터는 사용하지 않았어요. 소박한 맛이라 식어도 걱정 없고 시간 날 때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두면 급할 때 아침 식사 대용으로 그만이죠.
오곡 파이 한 조각 챙겨 먹고 나서면 출근길, 등굣길이 든든할 거예요. 따뜻한 밥 한 그릇, 시원한 국 한 그릇이 최고이겠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요즈음의 우린 그런 여유를 누릴 수 없죠.
이런 분들을 위해 준비하면 좋겠어요. 5분만 서두르면 충분히 아침 챙겨 먹을 수 있으니까요. 당장 내일부터 아침 먹기 운동 시작해 보시겠어요?
◇오곡파이 만드는 법
▲재료
파이 생지 : 좁쌀, 납작보리, 찹쌀, 기장 각각 1/4컵씩, 계란 1개, 잔파 다짐 1티스푼, 소금 약간, 생표고 5개, 보리새우 1/2컵 (약 100g), 양파 1개(작은 것), 계란 1개, 플레인 요구르트 1/2컵, 소금, 후추, 올리브 오일
▲만들기
1. 잡곡밥을 짓는다. 생지용의 잡곡들을 씻어서 백미와 동일한 양의 물에 10분 정도 담가 두었다가 밥을 짓는다.
2. 파이 생지를 만든다. 1의 밥의 반 양을 볼에 넣고 식으면 계란, 잔파, 소금을 넣고 밥주걱으로 잘 섞어준다.
3. 타르트 틀에 올리브유 조금 바르고 2의 파이생지를 약 1cm 두께로 다져 넣는다.
4. 200℃의 오븐에 3을 넣고 파이 생지 표면이 딱딱해지도록 약 10분간 굽는다.
5. 새우는 창자를 빼고 표고버섯은 손질하여 툭툭 썰어두고 양파도 거칠게 다져 둔다. 팬에 올리브 오일 1티스푼을 넣고 양파가 부드러워지도록 볶은 다음, 새우와 표고버섯을 넣고 살짝 볶아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춘다.
6. 구워진 4에 5를 다져 넣는다. 계란과 플레인 요구르트를 섞어서 파이 생지에 흘려 넣는다.
7. 200℃로 예열한 오븐에서 6을 10분간 굽는다. 예쁜색이 나면 다 구워진 것이다. 잘 식혀서 8등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