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은 이런 논란을 뒤로하고도 한식 세계화에 있어 각광받는 메뉴다. 각종 재료를 꽃처럼 돌려 담은 고운 차림과 고기 위주로 식사하는 서양인들에게 채소를 듬뿍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고, 실제로 해외 설문 조사 결과 불고기보다 인지도가 높았던 메뉴이기도 하다. 품 서울의 셰프 노영희씨는 비비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을 위해 미리 참기름으로 밥을 비벼 낸다든지, 넌출거리는 나물을 단정하게 잘라내고, 비빔밥 소스로 고추장뿐 아니라 간장을 준비한다. 간장 소스는 안동의 비빔밥인 헛제삿밥에서 힌트를 얻었다.
우리에게는 비빔밥 하면 떠올리는 전주비빔밥 외에도 다양한 비빔밥이 있다. 헛제삿밥처럼 산적, 전 등을 넣고 간장으로 비벼 먹는 것, 숙주와 해초·육회를 넣은 진주비빔밥, 방풍나물과 볶은 조개와 톳나물 등 10가지 계절 나물을 넣은 통영비빔밥 등 지역마다 흔한 제철 재료를 맛있게 양념해 비벼 먹는 셈이다. 이 말을 듣고 나니 갑자기 냉장고에 있는 자투리 재료들을 커다란 그릇에 넣고 비벼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으면 냉장고 정리에 설거지 품까지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