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겨울이면 아랫목에 담요를 뒤집어 쓴 커다란 무언가에서는 막걸리 냄새가 새어 나오곤 했어요. 그때는 왜 그렇게 그 냄새가 싫은지 며칠을 견디어 내야 하는 게 큰 곤욕인지라, 밤에는 이불을 머리끝 까지 뒤집어 쓰고 자곤 했지요.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다는.. ㅎㅎ)그렇게 만든 술을 엄마는 설이나, 엄마 생신날, 혹은 손님을 치뤄야 할때 내어 놓곤 하셨지요. 엄마가 요새 쬐끔 심심해 하시는 것 같아 술 담그는 법을 배우기로 했습니다.
재료: 쌀-국대접 3공기 반, 누룩 2덩이, 이스트 한 봉지(100g), 엿기름 한 공기(밥그릇), 소주 한병.
밥을 식혜 담글 때 처럼 약간 되게 지어 놓습니다. 이게 뭔지 아시는 분!! 누룩이라는 것이더군요. 사진보다 더 잘게 부수어 놓습니다.
이스트 한 봉지 100g 입니다. 다 된 밥을 넓은 양푼이 펴 놓아 식힙니다. 우리는 2개로 나누어 식혔습니다.
발효 과정에서 끓어 넘칠 것을 예상하여 발효 시킬 양동이에 김장용 봉투를 넣고 술이 좀 더 잘 되라고 소주 한 병을 붓습니다. 미지근하게 식은 밥에 엿기름 한 공기, 이스트 한 봉지랑 잘게 부순 누룩을 나누어 넣고 버무렸습니다.(누룩이 너무 단단해 비닐 봉지에 넣은 후 신문지로 말아서 망치로 부수었다는 후문이..)
소주를 부은 양동이에 비벼 놓은 밥을 넣고 생수 12대접을 잘 세어 붓습니다. 막걸리에 물탄 맛이 보고 싶다면 물의 양을 늘리면 될 듯..ㅎㅎ 비닐 봉투 입구를 꽉 메지 말고(발효 과정에서 가스가 생김) 성기게 몇 번 꼬아 눌러 놓습니다.
예전 같으면 아랫목에 담요를 덮어 놓았겠지만, 요새는 전기 장판이라는 것이 있어서 계절에 상관없이 만들 수 있습니다. 온도가 유지 되도록 빈틈없이 꽁꽁싸매 놓습니다. 온도는 3번에 맞춰놓았습니다. (전기 장판을 구부리면 위험하다고 합니다. 요거는 따라하지 마세요!)
다음 날 저녁이 되니 술 냄새가 솔솔, 뚜껑을 열어보니 끓고 있습니다. 사진 한 장 찍고 다시 머리 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5일만에 술이 완성 되었습니다. (중간에 맛을 보고 날짜를 조정해도 된답니다. 울 엄마가 ~) 체에 양동이의 술을 골고루 섞어 받친 후, 찌꺼기는 체에 눌러 꼭 짠후 다른 양푼에 담아 물 2대접을 섞어 빨래하듯 잘 주무른 다음 다시 한번 체에 걸릅니다.
짜잔!!! 드디어 완성! 가스가 생길지도 모르니 병에 가득 채우지 않았습니다. 생수 병으로 6개 나왔습니다. 막걸리는 스텐레스 대접에 먹어 줘야 예의 아니겠습니까? 대접에 따라 한 장 찍고.
쪽파 듬뿍 넣고, 막걸리 한 사발 쭈욱. 와우, 이렇게 뿌듯할 수 가!!
세상에, 포천 막걸리 보다도, 남한 산성 막걸리 보다도 더 더 맛있습니다. (내가 만들어서 하는 얘기 절대 아님) 엄마도 맛있는 막걸리 오랬만에 먹어본다고 좋아하십니다.
냉장고에 남아 있는 막걸리를 볼 때 마다 얼마나 뿌듯할까요? 아이구, 부지깽이 신통방통해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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