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비상식량인 라면이 떨어졌기에 미리 사 놓을 요량으로 퇴근하는 남편에게 사오라고 부탁을 했어요. 우리 남편, 본인 저녁으로 끓여 줄 줄 알았나 봅니다. 몇 번 얘기했지만, 남편은 지금 다이어트 중이라 밤 9시에 라면은 극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면 봉지를 내려놓으며 끓여 달라는 걸 안 된다고 하니 아이처럼 툴툴대고 삐치고... 정말 먹는 거 앞에서는 다 큰 어른도 아이가 되네요. ㅎㅎ
몇 번 실랑이 끝에 그럼 내일 아침에 끓여 준다고 협상안을 내 놓았더니, 완전 삐쳐서 싫다고 라면 다신 안 먹는다고 심술 아닌 심술을 부렸습니다.
오늘 아침, 먹는 걸 참는게 얼마나 짜증 나는 일인지 아는 부지깽이인지라 평일 아침에 라면을 끓이는 귀한 모습을 연출했답니다.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하는 평일인지라 그냥 라면은 부실한 듯 싶어 어제 찌개 끓이고 조금 남은 매생이를 넣어봤어요.
재료; 라면 반개, 스프 3분의 1, 매생이 한 줌, 마늘, 파
마늘과 파를 넣은 물은 라면 한 개를 끓일 만큼 넣어, 물이 끓으면 라면 반개와 스프를 넣고 반 쯤 끓이다가 매생이를 마저 넣고 젓가락으로 잘 풀어 가며 나머지 끓이면 끝이예요.
빨리 식지 않게 두꺼운 그릇에 담아 얼른 남편 앞에 대령(?)했어요. ^^
라면 국물이 아니라 된장 국처럼 보여요.
솜털 처럼 가벼운 라면의 맛을 매생이가 깊은 바닷속으로 당겨 주는 깊은 맛이 납니다. (제가 한 젓갈 맛을 보는 걸 보고 아이가 맛이 어떠냐고 묻기에 대답해 준 말이예요. 너무 거창했나요?^^) 남편의 평가는 '바다 맛'이 랍니다.
국물에서도 스프의 조미료 맛이 전혀 나지 않아요. 마늘과 파의 영향도 조금은 있을 수 있겠지만 매생이의 향긋한 맛이 전체적으로 잘 퍼져 아주 좋아요..
면발과 매생이 모양새도 의외로 잘 어울려요. 남편, 후르륵 쩝쩝 맛있게 한 그릇 먹고 기운차게 출근했어요.
생각나는 대로 넣고 끓이긴 했지만, 인스턴트 식품의 대표 주자 라면과 매생이가 만나니 건강한 음식이 된 것 같습니다.
라면과 밀가루, 과자 값이 내린다고 하지요? 앗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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