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양념과 조리법으로 자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사찰음식은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 열린 '2009 대한민국 사찰음식 대향연'은 한국인의 소중한 문화와 정서를 담고 있는 사찰음식을 새로운 시각으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종교적인 의미가 담겨 있어 일반인이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사찰음식이 세상을 향해 초대장을 보냈다. '2009 대한민국 사찰음식 대향연'이라는 이름으로 사찰음식을 통해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대규모 행사가 경기도 수원 봉녕사에서 지난 10월 8일부터 3일간 열린 것. 평소 목탁소리만 고즈넉하게 울렸던 사찰이 각종 전시와 시식회, 외국인 대학생 템플스테이, 축제의 밤 등의 행사로 북적였다. '스님의 눈길, 사진가의 손길'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4인4색 사찰음식 사진전을 비롯해, 혜성 스님의 다도와 사찰음식의 대가인 선재 스님, 적문 스님, 은우 스님, 대안 스님이 준비한 전국의 대표적인 사찰음식 전시도 선보였다. 아름지기재단 조희숙 교수가 선보인 두부요리는 담백하면서도 재료 본연의 색과 모양이 살아 있는 예술작품으로서의 사찰음식을 만날 수 있게 했다. 또한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찰 비빔밥 시식, 연잎차 시음, 두부 만들기와 시식 등을 통해 사찰음식이 우리 생활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특히 둘째 날 저녁에 진행한 '사찰음식 문화 축제의 밤'에서는 평상시 스님들이 하는 식사인 발우공양을 일반인도 체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4개의 발우를 이용해 똑같이 나눠 먹는 발우공양에 담긴 평등사상과 깨끗이 먹는 청결사상, 남김없이 먹는 절약사상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사찰음식 대가들이 선보인 대표 음식
● 수원 봉녕사 선재 스님
사찰음식의 대표적 식재료인 연으로 사찰의 아침, 점심, 저녁, 후식 공양을 구성했다. 연못물을 맑게 함은 물론 이파리부터 씨앗, 뿌리까지 하나도 버릴 것 없는 연의 쓰임과 일생을 통해 수행으로서의 공양을 표현했다.
· 아침상 : 연근죽, 연근물김치, 연근장아찌, 연자조림, 연근찜 · 점심상 : 연근밥, 연근삼색찹쌀구이, 연자버섯된장찜, 연근겉절이, 연잎보쌈김치, 새송이버섯연잎구이
· 저녁상 : 연잎비빔국수, 연근빈대떡, 연근삼색찹쌀찜, 연근채소조림, 연근초절임 · 후식 : 연잎차, 연근병
● 문경 윤필암 은우 스님
밭에서 나는 남새, 들에서 나는 푸새로 담백하고 구수한 채소 간식거리를 만들어 대중과 나누는 산사 스님들의 주전부리들. 자반(곰취잎, 김, 연잎, 겨자 무자반), 연자탕, 오미자탕, 약과, 대추정과, 부각(동백잎, 김, 감자부각)에서 소박하지만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 사찰음식 전문점 바루, 산청 금수암 대안 스님
나눔과 비움, 사찰의 발우와 공양에 담긴 묵직하고 큼직한 뜻을 '15합 발우에 담긴 108공양'이라는 주제로 풀어냈다.
능이죽, 더덕샐러드, 연과채, 삼색전, 계정혜삼합, 산삼에 유자소스, 홍살구이, 들깨전병, 토란들깨탕, 표고버섯오미자탕수, 송이구이, 칠종 장아찌(매실, 찔레순, 씀바귀, 죽순, 가죽, 머위, 엄나무)와 밥, 근대국, 주전부리인 가죽부각, 김부각, 고구마튀각, 오렌지튀각, 사과튀각, 연근튀각으로 재료 본연의 모습이 살아 있는 상차림을 준비했다.
● 평택 수도사 적문 스님
일상생활에서 자연식으로 생활하는 스님들의 몸을 보하고 기를 더하는 사찰 섭양식.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나무의 기운, 담백하고 푸근한 흙의 기운, 곡식과 타락이 어우러진 조화로운 기운이 담긴 음식에는 자연의 섭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음식은 삼색은행튀김, 인삼채소말이, 유미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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