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사무실에서 내방 고객과의 상담 중에
휴대폰으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화면창에 이름 없이 휴대폰 번호만 뜨는 걸로 보아
나하고는 첫 통화를 하는 번호였다.
그런데 "거기 경희네 집 아닌가요?" 하는 걸 보니
나를 잘 아는 사람임이 분명한데 누굴까?
"네, 그런데요. 누구세요?"
"어머 어머 너 경희 맞니? 나 선희야.
목소리가 너무 밝고 젊게 들려서 난 니 딸이 받은 줄 알았어."
세상에~~~39년 만에 받은 반가운 친구의 전화였다.
상담 중이라 길게 통화를 할 수가 없어서
상담 끝나는대로 내가 전화 하기로 하고 끊었는데
뜻밖의 전화여서 상담을 어떻게 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중.고등학교 6년을 같이 붙어 다니며
서로 이런 저런 고민을 나누며 아주 친하게 지냈었는데
고3 올라가면서 갑자기 어려워진 집안형편 때문에 그 친구는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직업반으로
나는 대학진학반으로 진로가 바뀌어
그 이후로는 친하게 지낼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학교 졸업하고 한 1년 정도는
우리집 가까이에 있었던 그 친구의 직장에 들러
가끔씩 얼굴을 봤었는데
우리집도 멀리 이사를 가게 됐고
또 직장생활을 하는 그친구와
학교생활을 해야 하는 나와의 시간대가 맞질 않아
어느 순간 소식이 뚝 끊어져 버린 게
벌써 39년이란 세월이 흘러버린 것이다.
몇몇 친구들과 함께 오늘 점심시간에
그 친구를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무슨 선물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
역시 베이킹선물이 좋을 것 같아
주말아침의 달콤한 늦잠도 뿌리친 채
6시 30분 부터 일어나 베이킹을 시작했다.
★ 1.머핀재료: 박력분3컵, 설탕2컵, 계란4개, 아몬드파우더3큰술,
우유5큰술, 소금1/2작은술, 베이킹파우더1/2작은술, 잣, 아몬드슬라이스,
호박씨, 해바라기씨 각각 적당량
견과류는 분쇄기에서 대충 갈아 놓고...
견과류 갈은 것의 1/2를 넣어주고
매번 왕란을 넣다가
이번엔 일반란을 사 와서 넣었더니
반죽이 뻑뻑하게 되어
우유를 5큰술 넣어 주었다.
180도 예열된 오븐에서 30분 동안 구워준다.
다음은 <통아몬드코코아쿠키>
2. 통아몬드코코아쿠키재료: 박력분3컵, 설탕1컵, 코코아파우더3큰술, 계란1개,
견과류갈은것나머지1/2, 우유2큰술, 소금1/2작은술, 베이킹파우더1/2작은술
오븐팬에 미리 반죽해 놓은 오트밀 쿠키와 같이 패닝을 해서
180도 예열된 오븐에서 20분 정도 구워준다.
모양은 먹음직스럽게 구워져 나왔는데
딱 10개로 갯수를 맞춰 구워서 맛을 볼 수가 없다.
볶은 메밀이 들어가서
오도독 오도독 씹는 맛이 한결 고소한 오트밀쿠키
견과류머핀, 파피씨드버터링쿠키, 통아몬드코코아쿠키, 오트밀쿠키
상자에 머핀6개와 쿠키들을 담고
쵸핑이 없어 대신 영문유산지로 덮어주고
요렇게 예쁘게 포장을 해서
연신내 전철역에서 모임장소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나를 마중 나온 그 친구
39년 만에 복잡한 사거리 대로 한복판에서 만났어도
우리는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고 얼싸 안으며
반가운 해후를 나누었다.
단발머리가 커트머리로 바뀐 것 외에는
하나도 변한 게 없었고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직도 시어머니를 모시며
지금은 15년 째 연신내에서 4층 짜리 자기 소유 빌딩에서
제법 규모가 큰 갈비전문음식접을 운영하고 있는
어엿한 CEO가 되어 있었다.
그동안 살아온 세월이 그리 녹록치 않았음에도
온화한 미소가 가득한 얼굴이 참 아름다웠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40여년 전의 고등학교 시절로 되돌아간 듯
39년 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친구란 이래서 좋은 거로구나.
강산이 4번씩이나 변하는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순수했던 학창시절 그 때처럼
스스럼 없이 편안하게
지금의 나를 모두 애기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친구란 좋은 거로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