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중에서도 양배추는 보관하기 편해서인지 값이 저렴한 편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양배추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버석버석하고 딱딱한 식감이 싫다는이도 있지요. 그래서 저는 양배추를 데치는 요리법을 권합니다. 양배추는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A, B1, B2, C가 가득 들어 있는 영양의 보고인 데다, 라이신이 들어 있어 뇌세포 기능을 활발하게 하고 피를 맑게 하며 몸의 저항력도 높여줍니다. 더운 여름 동안 지친 몸을 위한 최고의 보양식이지요.
그동안 다양한 요리를 선보였지만, 이 요리만큼 간단한 것도 찾기 드뭅니다. 일단 양배추는 통째로 구입해 반으로 자른 다음 끓는 물에 데쳐냅니다. 나중에 고기를 싸서 말 것이니 양배추 잎은 될 수 있는 한 커다란 것이 편합니다. 그다음 쇠고기든 돼지고기든 고기를 고르되, 샤브샤브용으로 얇게 썰어달라고 정육점에 부탁해서 준비합니다. 볶았을 때 맛있으려면 고기가 씹히는 맛이 질기지 않고 연해야 하는데, 고기 종류에 상관없이 샤브샤브용으로 얇게 썰면 이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다진 고기는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고기 본래의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불고기 만들듯 고기를 볶다가, 녹말가루를 물에 풀어 녹말물을 넣어 걸쭉하게 합니다. 이렇게 하면 양배추말이를 하다가 고기가 비어져 나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제 데친 양배추 잎을 도마 위에 쫙 펼쳐 놓고, 그 위에 김 한 장을 올립니다. 김은 자칫 밋밋할 수도 있는 양배추쇠고기말이에 깊은 향을 더해주는 동시에, 재료끼리 찰싹 붙도록 만드는 접착제 역할도 합니다. 김 위에 볶은 쇠고기를 얹고, 다시 데친 양배추를 얹은 다음 김밥 말듯 돌돌 말아서 굵직굵직하게 썰면 됩니다. 얼핏 생각하기엔 양배추가 슬슬 풀리지 않을까 걱정스럽겠지만, 실제로 만들어보면 신기하게도 잘 붙어 있습니다.
부드럽게 잘 씹히고 고기 맛도 나면서 고소한 김 향기가 풍기니, 이가 부실한 어르신부터 채소 싫어하는 아이들까지 모두 잘 먹는 요리입니다. 휴일 하루쯤 날 잡아서 온 가족이 함께 만들어봐도 재미있겠지요.
만드는 방법 쇠고기나 돼지고기는 등심을 준비해 샤브샤브용으로 얇게 썰어둔다. 프라이팬에 다진 양파, 설탕과 간장을 약간 넣어 볶다가 쇠고기를 넣고 볶는다. 어느 정도 볶아지면 정종 1~2큰술과 소금 약간을 넣어 마저 볶고, 녹말가루를 물에 풀어 준비한 녹말물을 부어 걸쭉한 점성이 생기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파와 마늘을 넣어 살짝 볶아내면 끝. 데친 양배추 잎을 펼친 다음, 김 한 장을 얹고 그 위에 쇠고기 볶은 것을 한 줄 올린 후 다시 데친 양배추 잎을 덮어 김밥 말듯 말아준다. 썰어서 접시에 담아내면 완성. |
보이차 전문가 김명익 선생은…
할아버지, 아버지 때부터 보이차를 마셔온 집안이라 어려서부터 차가 생활의 일부분이었다. 하지만 격식 따지며 차 마시는 것 대신, 차는 즐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비슷한 연배의 다른 남자들과 달리, 손님을 초대해 즉석에서 요리하여 대접하는 것이 취미다. 김명익 선생의 요리와 차 이야기는 『풍류식객 김명익의 일상다반사』(중앙m&b)와 그의 홈페이지(www.woonyeo.com)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