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자취방 옆집 할머니께 파운드케이크를 가져다 드렸더니 (명쾌한 바닐라 파운드 케이크 바로가기<=) '얼굴이 히끼무레 한 것이 속이 찬게 분명하다'시며 까지도 않은 마늘을 좀 주셨었다.
옆집 아가씨 낯빛과 건강까지 염려해주시는 따뜻한 마음은 정말이지 감사한 일이었지만 솔직히 감사함 보다는 심란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언제 마늘을 까고 앉아 있나.. '할머니와 친해지는게 아니었어!' .... 아 내가 생각해도 좀 못됐다.
며칠을 싱크대 옆에 걸어두고 묵히다가 더는 미룰수가 없어서 쭈그려 앉아 깠는데, 장장 네시간이 걸렸다. 뽀얗게 속살을 내밀고 있는 깐마늘들이 아주 잠깐 예뻐보이기도 했지만 허리어깨 안 아픈데가 없어서 다시는 할 짓이 못된다고 생각했다.
까매진 손톱과 손에 밴 마늘냄새도 문제였다. 손을 칫솔과 비누로 벅벅 문질러 씻었다. 그리곤 로션을 바르는데 신기하게도 엄마가 등을 쓸어주실 때나 머리를 빗어주실 때 나던 냄새가 났다. 마늘냄새와 로션냄새가 묘하게 조합된 엄마냄새가 나는 내 손끝. 나는 며칠동안 계속 손끝을 킁킁거리며 엄마 생각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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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고향집 냉장고에는 그 날 내가 깐 마늘보다 몇 배는 많은 마늘이 들어있다. 내려와 지내면서 내가 마늘 까느라 들였던 공의 몇 배는 더 들여서 까셨을 엄마의 마늘을 냉장고에서 꺼내어 요리를 만들때마다 마늘의 알싸한 향기처럼 마음도 아릿해져서 나도 모르게 마늘 냄새를 잔뜩 들이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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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싸한 향기...마늘 크림치즈 피자 (8인치 또띠아 2장 분량)
재료 또띠아 2장(8인치), 통마늘 12-15쪽, 피자치즈 2줌, 식용유, 꿀
마늘 크림치즈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미니더프 1조각, 다진마늘 1작은술, 파슬리가루 1/2작은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바삭한 도우와 고소한 크림치즈의 조합이 좋으니 피자치즈를 조금만 뿌리는게 맛있어요. 도우 한 장당 한 줌 정도면 적당합니다.
+ 마늘 크림치즈에 들어가는 다진마늘의 양은 취향에 따라 조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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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용한 크림치즈는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미니터브~ 160g의 크림치즈가 40g씩 소분 포장되어있어서 매번 신선한 상태로 먹을 수 있다. 게다가 60% less fat 이니 크림치즈소스에 또 피자치즈의 조합이라는 칼로리의 부담감을 줄일 수 있겠다.
미니터프 4조각 중 1조각만 까서 다진마늘과 파슬리가루를 넣고 섞어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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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은 편썬다.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에 마늘을 튀기듯 노릇하게 구워서 기름이 빠지도록 키친 타올등에 올려 잠시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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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띠아에 마늘과 파슬리가루를 섞어둔 크림치즈를 바르고, 마늘->피자치즈 순으로 올려 210도의 오븐에서 치즈가 완전히 녹을 정도로만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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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파마산 치즈가루를 뿌려 내어도 좋고, 마늘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늘을 얇게 저며 튀긴 다음 소복히 올려 내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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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때는 역시 꿀을 찍어서..^-^ 짭쪼롬하고 고소한 크림치즈의 맛과 향긋한 마늘, 달콤한 꿀... 여기에 바삭하고 얇은 또띠아 도우가 어우러지는 맛에 혼자서 한 판 먹는 것은 일도 아니다. 피자 좋아하시는 엄마와 한 판씩 먹으니 세상 부러울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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