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먹던 도토리 앙금이 남아 있어, 오랫만에 묵을 쑤었어요. 물의 양이 중요한데, 그새 감각이 무뎌졌는지 약간 무르게 된 듯 하네요. 도토리 앙금이 한 컵 정도 얼어 있어서 실온에서 녹인 후, 물을 5컵 부어 덩어리 없이 잘 풀어 중불에서 바닥까지 저어가며 묵을 쑵니다. 만약 시판되고 있는 마른 도토리 가루를 이용할때는 물을 6컵 반 정도 넣고 되직한 정도를 보아가며 쑤어야 합니다. 여기 까지는 풀을 쑤는 과정과 별로 다를게 없지요. 양이 얼마 되지 않아 조금 젓다보니 갈색이 되며 되직하게 변해 갑니다. 약불로 놓고 20여분쯤 계속 바닥까지 잘 저어주지요. 묵이 풀썩이며 옆으로 튀기도 해서 손을 조심하며 저어줍니다.
다 끓었다 싶을때 소금 1티스푼과 참기름 2티스푼 넣고 골고루 섞어 5분쯤 후에 불을 끕니다. 마지막에 식용 꽃 잎을 뜯어 섞어 주었어요. 나름대로 빨강과 노랑, 분홍을 섞어 넣는다고 했는데, 묵의 갈색때문인지 빨강을 빼고는 색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어요. ㅜ
사각모양의 그릇이나 반찬통에 붓고, 랩으로 잘 덮어 하룻밤 실온에서 굳히면 묵이 완성되요.
옆구리에 구멍이 뽕~ 난것은 썰다가 꽃이 빠져서 그래요. ^^ 아무래도 마지막에 물을 조금 더 부은것이 문제인듯 합니다. 꽃의 향기를 그대로 맛 보고 싶어 간장에 참기름만 약간 부어서 먹었어요.
묵속에서 살며시 비치는 꽃이 보이시나요? 얼핏보면 양갱같기도 하네요.
깨소금 살살뿌려 꽃잎과 비벼먹었어요.
무슨맛이냐구요? 음... 장미맛도 나고, 국화맛도 나고, 도토리맛도 나요.
전에는 꽃을 먹는 사람들을 보고, 무슨 맛으로 먹나 궁금했는데 이런 맛에 먹는거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