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겨우 아침이 오면, 입안이 온통 까칠까칠 한 게 물 한 모금도 먹기 싫어요. (어른만 그런것인지 금방 일어나서도 밥 한 그릇씩 뚝딱 비우는 아이들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
그래도 하루를 힘차게 보내기 위해서 한 숟갈이라도 밥을 먹고 있어요. 며칠째 진짜 딱 한 숟갈만 뜨고 숟갈을 내려놓는 남편이 안쓰러워 간단하게 모닝 샌드위치를 만들었어요. 만들기도 정말 간단하고 재료도 단순해요.
재료; 호밀 롤 빵, 파프리카, 달걀, 오이, 상추, 햄, 마요네즈, 소금
이 샌드위치의 뽀인트는 바로 요 부분이에요. 파프리카를 달걀 하나가 들어 갈 만큼의 높이로 잘라서, 기름 두른 팬에 놓고 달걀을 하나씩 넣는 거에요. 저는 눈대중을 잘못해서 흰자를 조금씩 남기고 부었어요. 파프리카와 팬이 완전히 밀착되지 않아서 밑으로 달걀물이 흘러나오는데, 젓가락으로 한데 모아 익혀서 한 입에 털어 넣었어요. ㅎ 소금을 조금 넣고 노른자를 살짝 풀어서 익는 시간을 줄였어요.
뚜껑을 덮고 약 불에서 뒤집지 않고 이 상태로 5분쯤 익힌 듯 합니다.
달걀이 익을 동안 롤은 반으로 갈라 물기가 스며 들지 않게 마요네즈 조금 발라 놓고, 오이는 얇게 저며 놓아요. 우리집에 샌드위치용 햄 따윈 있을 턱이 없어서 직사각형 햄을 잘라 달걀 익히는 팬의 한 쪽에서 구워 냈어요. 상추는 씻어 물기 털어 놓구요.
빵 - 상추 - 햄 - 달걀 - 오이 - 빵 순서로 쌓아 줍니다.
오늘처럼 우중충한 날엔 뽀샤시하게 손 좀 써야돼.
시원한 냉커피와 함께 내 놓았더니, 얼굴엔 베개 자국이 선명한 채로 눈을 반쯤 감고 두개를 후딱 먹는 남편. 잘 먹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그런 모습이 한 편으론 안되 보이네요.
전에는 남편이 피곤해 하던가 머리 아픈일을 얘기하면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이가 점점 들어 가면서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사는게 녹록치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가족을 위해 모든 걸 무릎쓰고 애쓰는 남편이 안 되 보이고, 짠~한 생각이 드네요.
달걀이 통째로 들어 있어서, 하나만 먹어도 든든해요.
오른쪽에 너! 너때문에 달걀 있는 거 들통 났거든! 책임지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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