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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팝송과 부담 없는 요리가 있는 변두리 이자카야

글쓴이: 월하  |  날짜: 2014-04-20 조회: 7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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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시 덕소 <본가돈부리>

한국에서 이자캬야는 선술집이 아니다

일본말 ‘이자카야(居酒屋)’는 보통 ‘선술집’으로 번역한다. 선술집이란 단어에는 저렴하다는 뜻과 가볍게 마신다는 의미가 모두 들어있다. 일본에 비즈니스나 혹은 사적으로 방문했을 때 이자카야를 여러 번 가봤다. 그 때마다 일본 사람들이 이자카야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이자카야에서 안주를 ‘막’ 주문한다는 점이었다. 여기서 막은 ‘아무거나’가 아니고 많이 주문한다는 뜻이다. 절제력이 강한 일본인이 이자카야에서 안주를 팍팍 주문하는 것이다. 그 까닭은 안주 값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보통 300엔~500엔 정도로 우리 기준으로도 안주 가격이 헐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자카야를 ‘선술집’이라고 번역하는 것은 이치에 맞는다.

물론 일본에 고급 이자카야도 있지만 대부분의 이자카야는 정말 부담이 없다. 일본에 유기농 식재료를 주로 사용하는 유명한 이자카야 체인이 있다. 식재료는 많은 부분 유기농이지만 역시 이 이자카야 체인도 가격은 저렴하다. 이 유명한 이자카야 체인을 한국의 외식기업에서 도입해 작년에 강남 요지에 오픈했다. 내심 반가웠다.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이자카야지만 가격이 매력적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국 내 그 일본 이자카야는 가격이 절대 저렴하지 않았다. 기술 제휴도 좋고 로열티도 좋지만 그 브랜드만 도입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필자는 일본 후쿠오카를 방문했다. 아침식사로 호텔 앞에 있는 규동 체인점 ‘스키야’에서 돼지고기 카레동(카레덮밥)을 먹었다. 가격은 450엔으로 부담이 없었다. 이 카레동은 음식의 질도 뛰어났다. 카레도 우수했고 토핑도 푸짐했다. 한국에서는 최소 8000원~9000원을 지불해야 먹을 수 있는 수준의 음식이었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내용이 알찼다.


올드 팝송과 부담 없는 요리가 있는 변두리 이자카야
(좌로부터)모둠덴푸라, 아게다시도후, 난바츠케
일본 규동 전문점은 가격이 저렴하다. 규동 체인점으로 유명한 요시노야를 한국의 대기업이 1990년대 중반에 도입했지만 완전히 실패했다. 당시 한국인의 기호와 다소 동떨어진 맛도 작용했지만 결정적 요인은 한국의 요시노야 규동 가격이 저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렴하지도 않은데 일본식 패스트푸드인 규동을 굳이 먹을 필요가 있었을까! 이자카야는 선술집이지만 한국에서는 그 의미가 다르다. 고급 일식주점이라는 느낌이 든다.

필자는 여러 해 전 강남에 있는 지인의 이자카야에서 4명이 요리와 사케 등을 먹었는데 수십만 원이 나왔다. 그 후 필자는 이자카야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어느 맛집 블로거가 제법 솜씨 있는 한식주점을 운영한다. 소문에 따르면 맛은 있지만 요즘 영업이 잘 안 된다고 한다. 블로그에도 꽤 많이 소개됐는데도 말이다. 결론은 가격이다. 한 달에 식비를 적지 않게 쓰는 중소기업 경영자인 필자도 한 번 가기에 무거운 가격이다. 가격은 외식 시 손님에게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부담 없는 가격에 이자카야 요리 즐길 수 있어

얼마 전 입맛이 까다로운 지인에게 경기도 남양주시에 솜씨 좋은 이자카야가 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지난 일요일 저녁 일부러 찾아갔다. 덕소역 인근 2층에 있는 <본가돈부리>다. 이런 입지에서는 일식 이자카야를 하기에 사실 적당하지 않다. 특이하게 작은 규모인데도 두 사람이 동업을 한다. 한 사람은 음악에 조예가 있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음식(일식) 전문가라고 들었다.

우리는 우선 모둠회 소(2만원)를 주문했다. 그리고 생맥주(3000원)도 시켰다. 이자카야지만 소주도 판매한다. 메뉴판을 보니 소주도 일반 식당과 동일한 가격이다. 사케의 가격도 일반 이자카야에 비하면 30% 이상 저렴하다. 서비스로 아나고 난바츠케와 튀김두부인 아게다시 도후가 나온다. 서비스 품목이지만 음식 맛이 예사 수준이 아니다. 화풍 특유의 맛도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 기호에도 맞는 맛을 낸다.

단무지도 과일 느낌을 가미해서 감칠맛이 더 좋다. 동업자이자 셰프는 전에 유명 호텔 일식 조리장 출신이라고 한다. 미국으로 이주 후 뉴욕에서 9년 동안 스시 전문점에서도 일을 했다. 수더분한 인상으로 직접 조리를 해 손님 테이블에도 갖다 준다.


올드 팝송과 부담 없는 요리가 있는 변두리 이자카야
모둠회
모둠회의 모양을 보니 사시미 작업이 일급 수준이다. 특히 연어회가 괜찮다. 생 연어만 사용하고 일주일에 2~3회 정도 노량진 수산시장에 장을 보러간다고 한다. 일식 회는 선어 회라 매일 장을 볼 필요는 없다. 연어는 등살이 고소하고 뱃살은 부드럽다. 양도 적당하다. 이 이자카야는 종류는 단출하지만 음식의 질로 승부하는 것 같다. 이자카야에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노부부도 있고 30대 여성들이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술을 마시고 있다. 사랑방 같은 분위기다.

또 한 명의 주인장은 전에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 출신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가게 내부에 유명 외국 가수의 사진이 붙어있다. 필자가 엄청 좋아하는 짐 모리슨 사진도 있고 아바의 사진도 보인다. 그리고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도 붙어 있다. 작가 생활도 했지만 외국 팝 마케팅 일도 했다고 한다. 주인이 50대 중년이라 음악은 올드 팝송 중심이다. 필자 같은 중년이 오기에 딱 좋은 곳이다. 세련됨보다는 편안함이 있다.

튀김에 자신 있다고 해서 모둠텐푸라(1만5000원)도 주문했다. 일본에서 덴푸라는 절대 쉬운 요리가 아니다. 기름 관리를 잘해 튀김의 풍미가 깔끔했다. 일본의 유명 텐푸라 집에 갔을 때 60대 오너셰프가 튀김은 15년 이상은 해야 개업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것이 기억난다. 그런 절정의 튀김은 아니지만 변두리 이자카야의 튀김으로는 상당한 수준급이다. 여건이 되면 스시도 팔겠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연어나 참치가 가격이 좋아서 식재료비에 대한 부담이 없어 참 좋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지출내역(2인) 생맥주 4잔 1만2000원+ 모둠사시미 2만원+ 모둠덴푸라 1만5000원= 4만 7000원
<본가돈부리>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동 567-3 070-4206-9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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