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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을 기다려 겨우 먹은 즉석 중식 만두의 진미

글쓴이:  |  날짜: 2013-08-14 조회: 7611
http://cook.startools.co.kr/view.php?category=U0wNNEIrVD9NNA%3D%3D&num=EhBIeBI%3D&page=5   복사

영남지방 출장이 많아 서울에서 출발하면 주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한다. 거리도 가깝고 무엇보다 중부내륙고속도로는 거의 차량 정체가 없다. 예전부터 경북 김천에 꼭 가보고 싶은 만두집이 있었다. <중국만두>다. 하지만 김천시는 그 동선에서 벗어났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부러 경부고속도로로 길을 잡았다. 빗길을 헤치고 <중국만두>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 30분, 인터넷에서는 11시부터 영업을 하는 걸로 되어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늙수그레한 주인장이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두 시간을 기다려 겨우 먹은 즉석 중식 만두의 진미

↑ [조선닷컴]중국만두 만드는 과정


두 시간을 기다려 겨우 먹은 즉석 중식 만두의 진미

↑ [조선닷컴]중국만두


두 시간을 기다려 겨우 먹은 즉석 중식 만두의 진미

↑ [조선닷컴]찐빵과 팥소, 단무지


두 시간을 기다려 겨우 먹은 즉석 중식 만두의 진미

↑ [조선닷컴]찐빵과 만두, 가게 외관


두 시간을 기다려 겨우 먹은 즉석 중식 만두의 진미

↑ [조선닷컴]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만두집


할 수 없이 인근 식당에서 오징어볶음에 소주를 마셨다. 남은 소주를 급히 비우고 중국만두에 갔다. 그사이에 온 손님들이 벌써 서서 기다리고 있다. 만두를 미리 예약을 해야 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몰랐던 것이다. 테이블에 앉아 무작정 기다렸다. 얼마 정도를 더 기다려야 하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주방에서 사진을 찍으니 주인이 상당히 짜증을 낸다. 얼굴을 찍지 말라고 한다. 그래도 요즘 뜨고 있는 모 베트남 쌀국수집처럼 계산된 냉정함은 아니었다. 그 쌀국수집 주인은 '사진은 찍되 얼굴은 찍지 말라는', 다분히 홍보만 염두에 둔 말을 했었다.

남자 주인장은 주방에서 연신 만두를 반죽하고 있다. 그 포스에서 고집이 엿보인다. 이 가게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전혀 없다. 손님은 오는 대로 그냥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만두를 미리 만들어놓지 않고 주문하면 그 때마다 반죽을 한다. 주인장은 물론 부인과 아들도 퉁명스럽기는 매한가지다. 모두 융통성 없는 인상이다. 기존 손님들은 그런 가게의 성향과 풍토에 잘 단련이 된 것 같다. 주방에서 주인장은 계속 반죽을 한다. 비가 오는 날인데도 손님은 계속 들어온다. 연신 쉴 틈이 없다.

모르긴 몰라도 만두는 맛있는 모양이다. 지루하고 짜증이 났지만 내심 참았다. 아마 이 가게 나름의 원칙이 있는 것 같다. 밖에서는 비가 끊임없이 내린다. 오징어볶음에 소주를 마셨더니 다행히 시장함은 없다. 배가 고팠으면 그냥 박차고 나왔을지도 모른다. 1시간 이상을 기다렸더니 드디어 만두와 찐빵이 나왔다. 우리 일행 3명은 만두 3인분과 찐빵 1인분을 주문했다. 각 4000원이다.

만두는 속이 비교적 실했다. 짠맛은 강하지만 제대로 된 중식 찐만두였다. 염도 때문에 만두를 간장에 찍지 않고 그대로 먹었다. 특히 피가 쫀득쫀득하니 식감이 아주 좋다. 만두에서 손 반죽이 왜 중요한지 실감이 간다. 예전에는 부산 <신발원> 고기만두가 최고였지만 이곳이 한 수 위인 것 같다

불친절한 서비스와 고집스런 만두의 상관관계


아주머니에게 단무지를 달라고 했더니 오늘 단무지가 상태가 안 좋아 내놓지 않는다고 한다. 이곳은 순 주인 마음대로다. 그래도 그런 외고집이 나쁘지는 않아보였다. 우리나라에서 단무지 없이 만두를 먹기는 난생 처음이다. 1인분 4000원짜리 만두 치고는 양도 풍족하다. 여름이지만 찜통에서 갓 나온 뜨거운 만두가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추운 겨울날 후후 불면서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다. 1960~70년 대 중식만두집에서는 만두와 찐빵을 나무로 포장했다. 지금은 그 나무냄새도 추억이다. 이런 만두는 포장으로 싸가지고 가서 먹는 것보다 이렇게 현장에서 해치워야 한다.

만두를 먹고 있는 이 순간에도 주인장은 집중해서 만두만 빚고 있다. 일본 수타 우동 전문가들은 나이가 들면 뼈가 비정상적으로 휜다고 하는데 그런 걱정도 들었다.

찐빵도 먹었다. 찐빵도 예사 수준을 넘는다. 피도 역시 좋고 안에 들어있는 앙꼬(팥소)도 마치 단팥죽처럼 입안에서 슬슬 넘어간다. 앙꼬가 일본말인 것은 알지만 이럴 때 팥소보다는 앙꼬라는 표현이 더 실감난다.

미리 오징어볶음을 먹은 것이 후회됐다. 진짜 옛날에 먹었던 찐만두와 찐빵의 풍미를 그대로 재현했다. 이 식당은 그런 세월의 시간대에 딱 정지되어 있다. 이 잘난 만두와 찐빵을 먹기 위해 두 시간을 소모했지만 기다린 보람은 있었다.

다 먹고 나갈 때 우리 일행이 "잘 먹었습니다." 했더니 아무런 반응도 없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친절함이란 없는 퉁명스러운 만두집이다. 맛있는 만두와 더불어 추억을 하나 담았다.

<중국만두> 경북 김천시 용두동 163-4 (054)434-2581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blog.naver.com/tabu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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