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뿌연 입김이 눈앞에서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귓불이 떨어질 것 같은 칼바람이 부는 날씨다. 영하 2도의 날씨에 서울을 떠났지만, 부산의 온도계는 16도를 가리켰다. 얼굴까지 휘감은 목도리와 팔이 굽혀지지 않는 두꺼운 점퍼가 무색하도록 포근했다. 부산의 중심가 서면에는 봄이 온 듯 얇고 가벼운 옷을 걸친 사람들이 곳곳의 맛집에서 이른 저녁을 즐겼다.
◇문화양곱창 A-3 051-802-7995
1985년부터 부산 부전2동에서 손님을 맞고 있는 '문화양곱창'은 부산 서면의 서울 왕십리 곱창골목과 같은 곳이다. 신림동 순대곱창식 구조 속으로 들어가면 7평 남짓 되는 점포들이 오목조목 모여 있다. 가격은 1인분에 특양 1만8000원, 모둠 1만3000원으로 통일됐다.
주문을 하자마자 불판에 불이 올라왔다. 테이블 위로는 상추, 배추, 당근, 깻잎 등 다양한 야채들이 나란히 진열됐다. 양념이 뒤범벅된 마늘, 감자, 버섯이 불판의 양쪽 모퉁이로 몰렸다. 고추, 양파, 다진 마늘, 후추가 한 데 엉킨 앞접시가 인원에 맞게 배당됐다.
주인아주머니는 눈앞에서 소창, 대창, 막창, 곱창, 염통을 양념에 버무린 후 불판에 올렸다. 직접 구워서 다 익은 부위는 불판 위쪽으로 먹기 좋게 올려준다. 가장 먼저 익는 염통을 먹고 나면 차례로 곱이 듬뿍 들어간 곱창들이 뒤따라 익기 시작한다. 양은 사람 수에 맞게 시켜도 부족한 감이 있다. 대신 가득 찬 곱과 쫄깃한 고기의 맛이 아쉬움을 달랜다.
고기를 다 먹고 나면 역시 인원 수 대로 김치로 싼 주먹밥을 올려준다. 다소 좁게 느껴지는 공간과 등받이가 없는 의자가 불편할 수 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사람의 온기를 느끼기에는 좋다. 주차는 불가능하다. 영업시간은 보통 오전 2시까지이지만 시시때때로 변하니 늦은 시간이라면 전화하고 방문하는 게 좋다.
◇숙이네 조개전골 051-808-3555
부산 서면역 2번 출구 쪽에 위치한 '숙이네 조개전골'은 오후 5시에 문을 열자마자 손님이 넘쳐날 정도로 이름이 난 곳이다. 조금만 늦어도 번호표를 받고 다른 사람들이 음식 먹는 것을 애절하게 쳐다봐야 한다.
자리에 앉으면 철판에 계란프라이와
팽이버섯이 담긴 밑반찬과 단호박 샐러드가 나온다. 소(3만5000원), 중(4만5000원), 대(5만5000원), 스페셜(6만원)로 구성됐다. 스페셜은 대자 크기에 문어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온다. 소주 3500원, 맥주는 4000원이다.
한쪽 벽면에는 조개의 효능이 적혀 있다. 간 기능을 향상시키고 지방간, 숙취해소, 빈혈, 동맥경화,
조혈작용 등에 도움이 된다. 손님들이 가리비에 쓴 메시지가 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
큰 냄비 뚜껑을 열면 어마어마한 양의
키조개, 개조개,
모시조개, 호래기, 가리비, 홍합, 새우, 게, 오징어, 전복, 통문어가 들어있다. 생 해산물이 솥에 가지런히 나오기 때문에 뚜껑을 닫고 10분간 끓여서 익혀 먹어야 한다. 다 익은 해산물은 주인아저씨가 먹기 좋게 잘라준다. 청양고추와 각종 해산물로 낸 국물이 칼칼하고 시원하게 느껴진다.
다 먹은 해산물 밑으로 고인 육수에 칼국수사리(2000원) 우동사리(2000원) 라면사리(2000원)를 넣어 먹을 수 있다. 잘 익은 김치를 얹어 먹으면 고소함과 깊은 바다의 맛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전복(1마리 3000원), 조개(1만5000원), 문어(1만5000·2만원)를 추가로 즐길 수 있다. 오전 1시까지 문을 연다. 주차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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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65호(2월24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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